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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서평

칼의 노래 - 김 훈

칼의 노래

 두려움. 두려움과 걱정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가진 감정이다.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내가 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있음에 두렵고 내가 하는 일이 옳은지 확신이 없어서 두렵다. 내 생각 속의 이순신 장군은 대담하고 영웅적인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 속의 인물들은 보통 교과서에 한 줄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의 영웅적인 승리들을 보고 속칭 '국뽕'에 취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역사 선생님이 신이 나서 얘기하는 걸 들으며 상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다.

 

 칼의 노래에서의 이순신은 내가 한 문장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인물이었다. 밖와 안이 모두 불안했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조정에서는 이순신의 명성과 두터운 신망을 질투했고 일본은 싸우는 족족 이기는 이순신이 눈엣가시였다. 이순신은 실제로 원균의 꾐에 넘어간 조정의 명령에 반기를 든 죄로 백의종군하게 되고 이후 수군이 패배하게 되면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다. 돌아왔을 때, 수군은 이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규모였다. 잇따른 패배에 축소된 수군을 보며 장군은 다시 불안을 느낀다. 적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했고 조정의 편지를 받으면서도 왕과 대신들의 질투에 불안했다.

이순신 장군

작품은 전체적으로 불안에 싸여 진행된다. 장군은 우리와 같이 두려움을 일기에 적어나간다. 하지만 그가 우리와 다른 점은 패배를 예감하고 있음에도 천천히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에 있었다. 전쟁이 없을 때에는 배를 건조하고 주변 정세를 항상 정탐하였다. 두려움 속에서도 물길을 확인해 두었고, 몸에 불편이 있어도 벌해야 하는 자는 벌했다. 이순신은 불안해했지만 초연했다. 두려움을 업고서도 오늘 해야할 일은 꼭 했다. 육지로 올라와 육지의 왜군을 토벌하라는 명령처럼 잘못 내려졌다고 생각하는 명령에는 이견을 표출하고 바다를 꿋꿋이 지키겠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이순신 장군처럼 불안하고 두렵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해야할 일을 꼭 하고 잘못된 일에 저항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그렇지 못하다. 그와는 다르게 나에게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항상 적군이 언제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던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조선의 바다를 지키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나는 단지 직업의 이름만을 내가 될 목표로 설정해 둔 것 뿐이지 당장 오늘, 내일, 모레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이 서 있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명확한 목표와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결의가 있다면 두려움을 안고서도 할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두려움이 더 이상 우리 삶의 걸림돌이 아닐 때, 초연하게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다.